mOnOlOgUE2008. 4. 7. 01:24

주민등록 등본을 떼었다. 언제건 쓰일 것이라고.

덜렁 내이름 하나만 쓰인 초라한 등본.
하지만, 세대주가 나 자신인, 조금은 뿌듯한 등본.

한참을 바라보다. 부모님한테 전화를 드렸다.
왠지 너무 쓸쓸해져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꼭 이제야 말로 진짜 세상에 혼자 툭 떨어뜨려진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주민등록 등본을 털레털레 손에 들고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너무 외로워서 무릎이 꺾일 뻔했다.

네명의 가족. 네개의 자취방. 네명의 세대주. 네개의 냉장고나 네개의 침대 따위.

당신들도 나만큼이나 외로워 늘 집밖에 있다고 했지. 모두들 술에 취한채 잠을 청하지.

왜, 우리는 이렇게 외로운 운명을 가진채 한 가족으로 엮였을까.

Posted by 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