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숲'에 해당되는 글 720건
- 2015.01.16 듣다가.
- 2015.01.13 곧 돌이 되는
- 2014.11.28 심술이었다
- 2014.10.27 이 노래는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다
- 2014.10.27 마왕이. 갔다.
- 2014.10.18 +246
- 2014.09.04 +202
- 2014.07.23 어디가 됐든
- 2014.06.18 검정치마 - 'international love song'
- 2014.06.01 옛날사진
- 2014.05.18 친구가 준 사진.
- 2014.05.16 +91
- 2014.04.23 임나경 +68
- 2014.02.14 D-1
- 2014.01.25 출산휴가.....
- 2014.01.05 랍스터와 헝가리안굴라쉬.
- 2014.01.04 33주7일(34주)
- 2013.12.05 29주7일(30주) 1
- 2013.11.18 20131118
- 2013.10.16 20131016
부쩍 자란 나경.
강아지마냥 끵끵거리며 본능만 존재하던 아이가 점점 사람꼴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며
힘들고도 기쁘고도 정말 힘듬.
돌 전에 걸음마를 시작했다.
이제 제법 혼자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있음.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고무장갑을 잡으려고 까치발을 딛거나,
놀아주지 않으면 내 무릎 위에 기어올라 엉덩이로 방아를 찧거나,
노트북 좀 할라치면 달려와 마우스를 물어뜯는 모습을 보면.
혹은 콧물을 닦았다고 세상 무너져라 울다가도 다시 엄마를 향해 기어오거나,
말썽부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내게 의미도 모르면서 두손을 비비적 거리며 잘못했다는 시늉을 할 때,
내품을 벗어나 소리나는 장난감을 잡으러 가다가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엄마품으로 엉거주춤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아이를 낳길 잘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대체 내가 뭐에 씌여서 애를 가졌을까 싶을 때도 많음.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Q. 1988년 무한궤도로 데뷔한 이래 22년간 자신의 노래 중 뜨지 못해 아쉬운 한 곡을 꼽으라면.
A. '민물장어의 꿈'이다.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펴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다.
-2010. 06. 29 신해철
혼자 앉는 아이. 혼자 짚고 서 걷기 시작한 아이. 배밀이를 마치고 기기 시작한 아이.
아침저녁 두끼 이유식을 100가량 먹는 아이.
안녕 바이바이. 손 흔들기를 시작한 아이.
엄마 머리채를 쥐어뜯고 시도때도없이 와 들이받는 아이.
젖물고 자는 습관을 고친 이후, 유난히 젖에 집착하는 아이.
안고 있으면 젖만 내놓으라고 옷을 뒤적이며 배꼽에 입방귀를 뀌는 아이.
예쁘지만 힘들고 귀엽지만 피곤....
다들 가는 길이려니... 생각하며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예쁘고 예쁜 아이보다는.
옆에서 끊임없이 보살펴주며 아이에 치여 지칠까 끊임없이 손길을 내미는 남편이 있음에 감사해야지.
최근 아이를 재우고 커피 한 잔 하며 함께 게임하는 시간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만족.
게다가 미쳤다고 한꺼번에 지른 스물여덟권의 책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행복하고 막막하다.
책 읽는 습관은 점점 무뎌지고... 밤은 점점 피곤하고.. 애 재우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아웅..
아이는.
뒤집었다. 되집었다. 배밀이로 바닥을 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까르르 웃고, 쉴새없이 재잘대고, 엄마엄마하며 운다.
안으면 엄마의 목을 꼬옥 껴안고, 부르면 몸을 돌리고 팔을 벌려 엄마에게 오고싶어 한다.
엄마를 보면 고양이같은 입으로 찢어지게 웃고, 엄마가 아니면 엄마를 찾으며 운다.
엄마랑 있으면 까시랍게 구는 녀석이, 친구들과 있으면 얌전하기 그지없다.
뭐랄까.. 친구들 노는 걸 관찰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키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영유아검진에서는 20퍼센트대였고,
머리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60퍼센트대......앞뒤짱구임에 위안을 삼자.
아이는 이유식을 시작했다.
브로콜리, 감자는 망했다.
양배추는 평타. 완두콩과 오이는 굉장히 좋아했다.
간식으로 쌀튀밥을 주고 있는데, 엄청 좋아한다.
이유식을 안먹으려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엔 튀밥으로 입을 벌리게 해 숟가락을 밀어넣기도 한다.
아. 감자이유식을 안먹으려 꾹. 다문 입술이... 심쿵하게 귀엽다.
아이의 눈이 많이 커져 예뻐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아몬드같이 쪽 찢어진 긴 눈이 마음에 들었는데.... 생각보다 동그래지고 있다.
뭐.... 긴 눈은 취향이고. 동그래진 눈은 다들 이쁘다니 그냥 그런갑다 해야지.
음.............. 아이 얼굴은 천변만화 한다니 일단 보류.
oh I wanna be with you
through the rain and snow I wanna be with you
oh I wanna be with you
and I really really wanna be with you
I'm so very lonely without you
I can hardly breathe when you are away
without you I might sleep away all day
so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you can come and see me in my dreams
oh my eyelids are heavy
but my heart's filled with bright lights
sleep all day to see you
you'll be in my arms tonight
아이가 잠이 들면 잠시간의 짬이 아깝고 아까워.
그렇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릴없이 인터넷서핑을 하거나 폰게임이나 다닥거리는 정도라.
문득 생각이 나 정리하지 못한 박스 하나를 뒤지다가
정말정말 오래된 기록들이 나왔다.
차마 열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저릿저릿해질 무렵
조휴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예 처 울라고 판을 깔아주는고만.
기분 졸라 거지같은데.
어디다 풀 수도 없는 수유부.
씨이-발.
먹고싶다기 보다 만들고 싶어진 함박스테이크.
다진 고기에 이것 저것 섞어 치대는 작업.
딱 이게 하고 싶더라.
만두를 만들까 동그랑땡을 만들까 하다가 급 생각난 함박스떼끼.
크기에 딱 맞춘 달걀 반숙은 함박스떼끼의 로망~!
젤로 좋아하는 술친구들과의 마지막 만찬.
나는 한방울도 못마셨지만, 즐거웠네라.
임신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낮술 마시자고 해놓고는
지하철 막차시간까지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가신
니들 진짜 내 스톼일~!!! ㅋㅋ
정월대보름+발렌타인 기념으로 구운 피칸파이.
처음치곤 맛있었고, 처음치고 파이지는 대박.
앞으로 피칸파이는 절대 안사먹는 걸로....
파이 굽고 자고 일어나니 이슬이 비쳤더라.
이제 진짜 준비를 해야할 때인가보다.
조금 우울해졌지만,
막판에 웬 날벼락인지, 일벼락인지
일주일 사이에 내 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귀찮은 일들 발생.
인수인계+잡지작업+잡지광고작업 펑크로 땜빵+본지 시스템 변경+거래처 인사 등등.
평촌으로 틀어박히기 전 주변에 인사다닌 것 까지 하면
일주일간은 당췌 기억이 안날 정도로 강행군.
오늘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좀 센치해지려던 찰나,
피곤해서 곯아 떨어졌다.
좀 피곤하고 힘든 일주일이었지.
젠장할 겨울이는 출산이 3주나 남았는데 3킬로그램을 가뿐하게 넘었다.
작작 커라..-_-;;;; 에효...
뱃속에서 용트림이라도 한번씩 하는 날에는 아주 죽어난다.
임신 막달검사까지 하고 들어오니 몸은 녹초.
햇수로 7년 근무한 곳.
과연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날백수가 되어 집귀신으로 붙을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최소 3개월은 출근할 일 없이, 내가 좋아하던 일들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센치해지기도 하고..
나올 아이와, 그 육아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공포도 있고..
마음은 심란하고 우울한데 너무너무 피곤해서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네...
한 일주일 굴러다니다보면 우울증 도지겠지....
3주동안은 이제 아이 맞을 준비기간.
근데 당췌.. 뭘 해야하는지 아직도 얼떨떨....
2.5키로..........애 크고 양수 많으니 8개월차의 배가 저 모양이다.
그래도 성장세가 둔화됐다.
22주에 400그람대, 26주에 800그람대. 30주에 1.4킬로였던 겨울이는 32주에 2.2킬로를 찍어버렸다.
먹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작스러운 성장에 당황....
입맛이 뚝 떨어져버렸다.
늘 병원에서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 '양수는 충분하다' '아주 건강하다'는 이야기만 들어와서
처음 들어온 태클에 심기불편....
뭐..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더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덜 먹을 꺼리도 없이 늘 비슷한 양의 음식섭취고.
운동이라봐야 왕복 3시간의 출퇴근이면 지쳐버리는데, 딱 그만큼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산책을 하는 정도.
32주에는 머리둘레가 34주차, 몸통도 34주, 다리길이도 34주의 성장치였는데
34주에는 머리둘레 35주차, 몸통 35주, 다리길이는 37주의 성장치다.
머리와 몸통의 성장은 약간 둔화, 다리는 여전히 길어지는 중.
아이는 잘 움직이느냐는 질문에, '아주 잘. 매우. 엄청. 어마어마!'라고 답.
웃던 으사슨생님은 초음파를 긁으며
'.... 이 순간에도 잘 움직이네요'
... 그렇다고요. 그래요. 얘는 잠도 안자요.
예정일이 뭔가요? 알아서 지가 찢고 나올거에요. 달력보고 기다리고 있나봐요.
얼굴이 보였다. 귀여운 얼굴이었다.
동글동글.
언뜻, 가늘고 긴 눈매.
이제 40여일 남았다.
모든 초보엄마가 그렇겠지. 설레임반 두려움반.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기도하는 마음.
벌써 1.4킬로의 위용을 자랑하는 겨울양.
지지난 달에는 400그램이고 지난달에는 800그램이더니........
슬슬 잠 자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
무거워진 배가 자꾸 척추를 비틀고 등 근육을 긴장시킨다.
앉아서 잠을 자는 임신부도 있다더니, 나도 곧 그리 되려나.....
충분한 양수로 인해 배는 벌써 만삭이다.
아이한테 좋다니 상관은 없다만.
호흡이 부족해지고 소화력도 약해지고 있다.
혼잣말은 종종 잘 해놓고, 태담은 영 간지러워 하기 힘들다.
그냥 이름이나 몇 번 소리 내 불러보는 정도.
이렇게나 아이가 크고 이렇게나 태동이 커도,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구나.
자우림의 새앨범을 듣다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시간을 잠시 생각해보려했다.
촉촉하게 젖을 시간도 없이,
허위허위 손을 휘저어
잠깐이라도 맺히려던 상들을 헤적거린다.
나는 헐리우드 배우를 뺨치게 아름답고 가련한 여주인공이었겠지.
머릿속에서 미화된 작품은 노벨문학상이라도 탈 기세지만
기실 그 작품은 희대의 졸작이었지.
양냥이가 묻는다.
"그 시절의 그이들이 손을 내밀었다면 어떨 것 같아?"
쌍욕으로 랩을 하려다가 말을 잠시 고르고, 대답한다.
"조상님이 애써 구해줬는데 뭐하러 그런 상상을 하겠나"
오늘은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