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dIArY'에 해당되는 글 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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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25 20201024 첫 데이트
- 2020.09.24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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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0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2020.07.10 낭비
- 2020.06.12 첫.혼자.
- 2020.05.06 초승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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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19 20190919 어록
- 2019.05.05 20190505
- 2019.03.23 쉬운 아이 아니야
- 2019.03.14 주머니 많은 옷은 앞으로 안 사주는 걸로
- 2019.02.07 누가 귀여워?
살 것도 있고.
늘 함께 가보고 싶었던 곳들. 같이 가자.
'엄마랑 데이트 할래? 우리 둘만 놀러가자'
평소같으면 외출 귀찮아하는 녀석이, 왠지 선뜻 따라나선다.
창신동 완구거리를 거닐며 할로윈 소품들을 골랐다.
좋아할 줄만 알았는데, 할로윈 분위기를 넘나 낸 것.
가게에 들어찬 해골과 마녀와, 피칠갑 손을 보고 질겁한다.
간신히 드레스에 어울리는 망토와 모자를 샀다.
신평화시장으로 넘어가서 벼르던 레이스양말을 사줬다.
10개묶음을 싸게 주시겠다는 이야기에
"마음에 들지만 너무 많아서 가격이 비싸요"라며 걱정부터 하는 7세나나.
'괜찮아. 누구와든 나누지 뭐. 그냥 맘에 든다 안든다만 말해주면 안돼? 다른건 엄마가 고민하면 되는데'
"실망하기 싫어서요"
잉. 울컥. 고작 7년의 삶에서, 나는 너를 얼마나 실망시켰길래.
햄버거가 먹고싶다는데 kfc뿐. 치킨버거는 두꺼운 편이라 트위스터를 시켜줬더니.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이라며 이름을 여러번 묻는다.
제일 꼭 같이 가보고싶던 동대문종합상가 5층.
올라가는 길에 원단가게들이 모조리 문을 닫았길래 걱정했는데.
비밀의 클럽을 찾은듯, 5층은 발디딜 틈 없이 사람이 가득하더라.
여기도 텅 비어갔는데, 슬라임 열풍에 아이팟키링, 요샌 비즈반지까지 유행을 이어가더니 5층이 전부 북적이더라.
키작은 7세랑 인파 헤치고 다니느라 힘들었다.
무튼.
여기야말로 나나의 천국.
세상 빛나는 눈빛으로 '저 들어주세요!'를 외쳐대며 꼼꼼히 살피고 고르는 아이.
하나하나 보며 너무 즐거워해서, 나는 구경도 못하고 아이의 몸짓만 감상했네.
만원의 제한을 두고 고르라고 한 지라.
어른의 마음은 두루두루 살피고 맘에 들었던 것을 사면 좋을 것 같은데, 내 조언에 가게 몇군데를 지나친 나나가 조급하게 외친다.
"그냥 맘에 드는거 사면서 다니면 안되는 거에요? 벌써 아까 맘에 들었던 게 기억이 잘 안나요"
마음에 들었던 가게 찾기도 힘들고, 내게 설명하기도 어려우니 그 물건을 못살까봐 걱정됐나보다.
그러게. 어른의 방식과 아이의 방식은 다른가보다.
가게마다 1500원, 2000원씩 이체해가며 작은 비닐주머니에 아이의 보물을 채워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줄 알았더니, 시종 흥분한 표정으로
"엄마랑 데이트는 제 인생 최고였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즐거웠던 건 처음이에요"란다.
하하.하하.
아이의 말에, 끌어안고 몰래 눈물을 닦는다.
언니에게 전화걸어 자랑을 하고, 쇼핑한 물건들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연신 질문들을 쏟아낸다.
세 번, 네 번. 엄마와의 데이트가 최고의 행복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통에
모지리 엄마는 길을 걷다가 와락. 샤워하다 와락. 밥 먹다가 와락. 잠자리에서 와락.
나도, 너무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어. 나나.
새벽에 깨 우는 아이
안쓰러워 안고 달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다.
'나는 이런 아픔 잘 참을 수 있는 그런 아이 아니야'
'아니야. 엄마가 보는 나나는 잘 참고.. 잘 견디는 아이였어. 이게 너무 아픈거야'
'너무 아프고 간지러워. 어엉엉엉'
'엄마 어제 방귀 못뀌어서 배 엄청 아팠어. 못참아서 약도 먹었다? 나나도 약 발랐으니까 곰방 나을꺼야'
'회사에서 의자에 앉아만 있으니까. 의자가 똥꼬 막아서 방귀 못뀐거야?'
'아하! 그런거였구나! 아하하. 엄마도 이유를 몰랐는데. 하하하. 나나가 이유를 아네? 하하'
'나는 안웃겨. 나는 그런 일로 쉽게 웃는 아이 아니야. 나는 그런 쉬운 아이가 아니야'
'어..그래'
돌아눕고 잠시 후
'나나. 이렇게 둘이 꿍뎅이 마주대고 있으니까. 엄마꿍뎅이가 애기꿍뎅이 업어주는 같다'
'깔깔깔깔'
거 봐. 너 참 쉬운 아이라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음.
"(울며) 엄마... 내가 언니꺼 스티커를 집에 가져와버린 것 같아요"
'스티커는 언니가 붙여도 된다고 했어?'
"네.. 그런데요.. 가져가도 된다고는 안했어요"
'스티커는.. 붙이라고 줬으니까 안붙여도 나나꺼야'
"그런데요... 제가 그냥 가져오면 안됐던 것 같아요"
---한참 된다 안된다 실갱이---
"나 이제 도둑이에요? 나쁜 아이에요?"
'아니.. 괜찮아.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해'
"왜요. 내가 도둑이면 엄마가 도둑엄마라서 아니라고 하는거에요?"
'나나가 도둑이면 엄마가 도둑 엄마가 되겠지. 하지만 도둑이 아니니까 도둑엄마 아니라 괜찮아'
-----뭔가 훔쳐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듯 반복해서 이야기 함---
"근데 엄마.. 생각해보니 제가 도둑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아기이고.... 주머니 많은 옷도 없어요"
'주머니 많은 옷?'
"도둑이 입는 주머니 옷도 없으니까 나는 아직 도둑은 안된 것 같아요"
'그래. 도둑 아닌 것 같아. 앞으로도 착하게 살도록 노력하자. 그것보다 나나 자꾸 우는 게 더 나쁜 것 같은데'
"산타 할아버지가 저 우는 거 봤어요?"
'보시지 않았을까? 올해 선물은 끝났네~'
"크크..엄마... 지난번에도 저 많이 울었는데 선물 받았잖아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안주자니 더 울 것 같고.. 주자니 결국 이런 선례를 남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