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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5 조우
  2. 2008.05.13
mOnOlOgUE2008. 5. 15. 21:57

우물 속에 들어앉아
훌쩍이며 울고 있어.

그날, 당신의 울음을 들었던 그날처럼.

당신은 그 울음을 참지도 않고
터뜨려버렸었지.

깊은 우물에서 부유하는 먼지조차
당신의 울음에 따라 흔들리고 있어.

나는.
우물 속.
당신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어둑해서 잘은 안보이지만, 당신의 수그린 어깨가 보였고
당신의 울음이 들렸어.

그런데.
당신은 나를 못본 것 같았어.
혼자 너무 서럽게 울고만 있었어.
어깨를 쓸어주고 싶었는데, 몸은 움직이질 않고.
나는 당신의 옆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당신이 우는 울음에 가슴만 적시고 있었어.

왜냐고 묻지도 못하고
습습한 물이끼 냄새만 맡고 있었어.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어느곳에 패인 우물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저 '당신이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있던 우물'이라는 것 밖에 모르는데..

다시 그곳에 가면.
그 우물을 찾을 수 있을까?
당신의 울음소리가 묻혀있는 그 우물속에 앉아서
기도를 하면.
당신에 대한 내 죄가 사해질 것만 같아서 말이야...

Posted by 아 해
mOnOlOgUE2008. 5. 13. 20:57

아주 오랫만에 긴긴 꿈을 꾸었다.
너무도 생생하여, 한참을 멍하니 되새김질 하게 하는.

전생과 윤회에 관한 꿈...

내가 사는 세계에는, 윤회가 존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을 알고, 다음생을 준비할줄 알았다. 물론 자신의 모든 생을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신전은, 사방에 산재해있었다. 신전은 약국보다 흔했고, 사람들은 신전을 옆집 마실가듯이 틈틈히 다녔다.

나는 한 사람을 사랑했다. 하지만 내 맘을 알아주지 않는 그 사람으로 인해 나날이 수척해졌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여 그 내면의 불꽃이 혈관을 타고 세포 하나하나를 도는 듯이 혈관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신전으로 가셨고, 맥을 짚어보던 신관은 내가 다음생으로 건너가야 할 때라고 말해주었다.

-그곳에서는 치명적인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신관은 나와 긴긴 대화를 나눴다.
그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의 절차였다.

신관은 나에게 네개의 생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내 지난 날의 생이라고 말했다.
나는 항상,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나는 항상 그로인해 마음이 아팠으며. 그로인해. 다음생으로 건너갔다.

나는 내 안을, 그리고 내 네개의 생을 마치 어항 보듯 훤히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기억처럼. 내 머릿속에 차분히 떠오르는 기억들.

신관과 오래오래. 나의 생과, 나와, 나의 고질적인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꿈에서 깨어나니, 그것에 대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아버지는. 착찹한 눈으로, 나를 오래오래 바라보셨다.
치명적인 죽음이 없으므로, 오랜 슬픔도 없다.
나는 다른 생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이 생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다음생으로 건너가야할 때가 될 때까지...) 아버지는 새로 태어난 나를 알아보지 못하실 것이다.

그곳은. 생을 여러번 반복할 기회를 준다.
마치, 죄를 사하여 주는 것처럼. 때가되면 다시 기회를 준다.
하지만, 나는 그 생마다 번번히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번번히 같은 상처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란 말이지...-

Posted by 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