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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8 인덕원 에버그린.
rEstAUrAnt2015. 10. 8. 18:01




맛집 탐방에 별 흥미가 없는 남편이 갑자기 티비에 나온 돈가스 맛집이 가보고 싶단다.

'그래?' 심상하게 넘기는 나에게 몇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진짜 가고싶었는갑다.

그런건 가 줘야 제 맛.ㅎ


줄이 긴 곳이지만, 미리 대기표에 이름을 걸어둔 덕에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돈가스는.. 음...

포근하고 그리운 맛이었다. 

그러나 그건 주입된 기억이다. 나는 부모님과 경양식집을 다닌 적이 없다. 

기억 속에서도 딱 한번 뿐이고, 그건 좀 형편 없는 맛이었다.

스프. 빵과 밥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어른스러운 선택', 양배추에 뿌려진 케요네즈, 식사 후 나오는 커피.

이 정도가 공감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억. 딱히 맛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런 돈가스의 맛을 옛날 경양ㅅ익집의 돈가스 맛, 가족끼리의 외식의 맛.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

미디어가 날 길렀구나.


돈가스집 사장님은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친(어림잡아 50명은 족히 넘은)사람들을 향해

'너무 기대하지 말라, 8천원짜리 돈가스이며 딱 그 정도일 뿐이다'라고 여러번 안내했다.

유명세에 따른 홍역 탓이겠거니.


아니나 다를까 들어서 음식을 받고 식사를 하는 중에도

사람들의 표정은 뭔가 사뭇 진지하고 품평스러웠다.

간혹 실망하는 표정으로 일행과 쑥덕이는 사람도 보인다.


아마 사장님은 이런 반응에 익숙해졌으리라.


"어때?" 조심스레 묻는 남편에게는 '가자'고 총대를 맨 자의 조심스러운 눈치가 보인다.

"맛있는데? 나는 이런 옛날식 소스가 가끔 땡기더라구. 스프와 갓 구운 빵은 진짜 진짜 맛있어"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남편 역시 "그치? 줄 서야 하는 게 아니라면 가끔 와도 좋을 것 같은데?"라며 즐거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언젠가 들렀던 근처의 수제 함박스테이크집을 살짝 들여다보니 거기에도 줄이 좀 섰다.

맛있었으나 양이 좀 아쉬웠던 곳.


맛집투어도 나름의 재미가 있고나. 맛이 있든 맛이 없든.

보통은 대중의 혀와 내 혀가 다르므로 맛집.이라는 것이 무색해 갈 이유가 없지만, 

이 정도의 맛, 이 정도의 기분, 이 정도의 추억거리라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겠다.


Posted by 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