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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25 무쎄, 선비추 후관망 후기 3
mYcOOk2019. 8. 25. 10:59

무쇠팬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던 차, 냄비를 새로 살 일이 있어 폭풍검색 중 무쎄'라는 곳의 코팅주물 제품을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국산 르쿠르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코팅 주물 제품이라는 거다. 코팅 방식은 다르겠지만.

롯지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설거지 후 말리는 작업이 영 귀찮았던거라.
살림이 인덕션으로 바뀌며 불구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코팅주물이 눈에 들어온거다.

사용기(를 빙자한 그놈의 '소정의 원고료' 쳐 받은 홍보들)를 살피며 크기를 가늠해 적당한 구성으로 구입.

오. 롯지보다 살짝 가볍고 설거지가 간편하네. 특히 세제를 사용해 설거지하고, 불에 말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빈정상함 주의.

뚝배기를 나름 잘 사용하다가 팬을 꺼내든 순간부터 짜증이 솟구친다. 달걀후라이 하나 구웠다가 걸레짝이 됐다. 심지어 스팸도 들러붙었다. 당근을 볶자 당근누룽지가 생긴다. 표면을 보니 코팅상태가 뚝배기와 사뭇 다르다. 제품이상이다 싶어 as에 문의하기로 했다.

as에 전화했다가 '무쇠냄비 사용법' 강의를 들었다. 10년 넘게 쌩무쇠를 썼다는 내 항의는 묵살당했다.
무쇠는 특별하게 다뤄야한다는 류의 설명을 다섯번쯤 듣고나서 '이제 알았으니 그래도 안될땐 어떡해야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더불어 코팅상태가 의심된다고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어보냈다.
사진을 본 as측은 사진의 얼룩을 짚으며 이전 요리 후 팬에 남은 찌꺼기로 팬이 눌어붙을 수 있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할 것 같아서 일단 후퇴.
혹시 그런 이유일까 싶어 시킨대로 베이킹소다로 뽀독뽀독뽀독. 설거지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뒷날 보면 븅신같다)
될리가.

다시 전화. 다시 설명. 다시 강의. 다시 버럭.
버럭 할때마다 '무쇠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기계적인 대답뿐이다.
아니, 그럼 10년 넘게 쓴 나는 무쇠의 뭘 알고 쓴거야...
원체 화를 내서인지, 상담원이 '이렇게 안내하도록 매뉴얼에 나와있다'고 토로한다.
'애초에 상품 불량이라는 건 고려사항이 아니냐. 제조 공정상의 실수가 1퍼센트도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했다가 제조, 코팅방식에 대한 강의를 세번쯤 또 들었다.
아 나 보살인듯.

나 클레임이 아니라 견학한 줄.

여기 as 매뉴얼이 시급하시다. 전화했다가 혈압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5개의 물건을 샀고, 5개를 잘 사용하고 싶다는 게 그리 큰 욕심이냐'는 말에 상담원은 상의후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잠시후 '왕복 택배비를 부담하면 교환해드리겠다'고 연락해왔다.

어처구니가 훨훨 날았으나 여차저차 무료로 교환받았다. 이틀동안 싸운 결과다.

겁나 반지르르한 녀석이 왔다. 달걀후라이를 해보니 조르르 미끄러져다닌다. 전이며 감자채볶음도 잘 됐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허탈한 마음 추스리며 연락하던 번호에 사진과 함께 '이건 잘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 씹혔지만.

양품이다. 조리도 잘 되고, 설거지도 쉽다. 첫인상이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모로 아쉬운 as 대처에 정 떨어질 일 없이.

그래도 물건은 괜찮네 싶던 어느날.
달걀찜을 하려고 꺼낸 뚝배기에서 녹을 발견.
코팅 이가 빠져있는 부분인가보다.

...as에 전화할 엄두가 안난다. 나는 더이상의 견학은 싫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제품일 수도 있다.
끝없는 가르침을 참고 견디며 교환의 열매를 따먹는 일이 쉬운 사람에게는 조심히 추천한다.

여태 뽑기 운이 좋았다고 자부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나는 그냥 as를 포기하련다. 너무 기빨려.

그럼에도 '후관망'이 붙은 건, 이 일을 계기로 as가 개선된다면 물건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두고두고 마감은 정말 아쉽다. 좋은 물건이 그저 '뽑기운'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

Posted by 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