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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내 바질은 결국
- 2011.11.08 사랑한다는 말로도
- 2011.10.25 편집국 단체사진
- 2011.10.22 행복
- 2011.10.21 사실이 아니다
- 2011.10.13 꽃 -함민복
- 2011.09.26 순돌이엄마
- 2011.09.23 꿈
- 2011.09.20 휴가일지-2/2 2
- 2011.09.19 홀리 조 홀릭
- 2011.08.27 휴가 일지-1/2
- 2011.08.23 매력
- 2011.08.22 20110822
- 2011.08.21 가옥침수.
- 2011.08.19 최근의 목록.
- 2011.08.17 20110817
- 2011.08.08 웃다 쓰러진 시.
- 2011.08.08 비 2
- 2011.08.07 행복하세요.
- 2011.08.04 비비안 웨스트우드 1
원래 일정은 오전에 밑반찬을 좀 만들어서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전날 저녁에 외삼촌께 전화가 왔다.
엄마의 사촌 오빠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침 일찍 장례식장에 가셔야 한다시며 '널 어쩐다니' 라신다.
여기. 촌이다. 버스를 본 적이 있긴 하던가? 나는 차도 없고 면허도 없는 차도녀;
엄마 안계시면 옴쭉달싹도 못하는 신세인데...
근데 장례식장이 정읍이다.
...
정읍에는 D가 휴가차 내려가 있지....
전화해보니 오늘 올라가려 했었다며 일정을 맞춰주기로 했다.
진안 갔다가 금산 갔다가 무주 갔다가 전주 갔다가 정읍가는겨?
아놔;;;;; 진짜 전북일주;;;
...
근데 전날 대화하며 좀 과음하셨던지 엄마가 못 일어나신다.
겨우겨우 깨워드리고 음료수 등을 챙겨드리며 정읍으로 출발.
가시는 내내 우웁;;; 후;; 우웁;;; 후;;;를 연발하시는 엄마.
엄마 미안.. 운전도 못하는 딸년때문에 숙취를 끌어안고 운전하시게 하다니...
그래서 나는 옆에서 계속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만 연발.
(이래서 면허를 안따요. 으흐흐)
여하튼 정읍으로 진입, 시파 앞에서 D와 합류.
내장산에 가고싶어 했는데, 이렇게 가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일단 배를 채우고 이동하기로 했다.
시파는 '시기동 파출소'의 줄임말로,
나름의 정읍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
그 앞을 기웃거리면 근무하던 경찰 아저씨랑 눈도 마주치고 뻘쭘해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가보니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암뽕순댓국이 맛있는 화순옥과 해장쑥국이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정읍살 땐 있는지도 몰랐던 충남집 사이에서 갈등.
'암뽕'이라는 단어에 =_= 이런 표정이 된 D놈을 데리고 충남집으로 ㄱㄱ
딱 보기에도 오래 돼 보이고 허름하다.
하지만 어쩐지 잘 닦여진 느낌이 드는 작고 깔끔한, 내 마음에 쏙 들던 주방.
해장쑥국과 콩나물국밥을 시켰다.
쑥국쪽이 시원하고 개운하니 맛있었다.
콩나물국밥은 그냥 평이한 수준.
쑥국이 너무 맛있어서 D에게 먹어보라며 그릇을 바꿔줬다.
나는 쑥국이 더 맛있었지만 그냥 참고 콩나물국밥을 먹었는데
D는 콩나물국밥이 더 맛있었다고 했다.
그런건 진작 말하란 말이야. -_- 왜 둘 다 맛없는 편을 먹어야 했던거냐고. -_-
여하튼 시원하니 먹고 내장산으로 출발.
산행의 재미는 조록조록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는 맛.
마셔도 될 것 같이 깨끗한 물.
가는길에 다녔던 고등학교가 있다.
고등학교의 기억은 별로 많지 않다. 더럽게 아팠던 기억 밖에.
학교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의외로 고교동창들은 내가 아팠던 사실도 모르더라.
조퇴도 지각도 결석도 그렇게 많았는데.
역시 사람들은 자신의 일 외엔 관심이 없다.
산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늘 좋다.
어릴적부터 머리가 어지러운 날이면 내장산으로 가 숲길을 한참 걸었다.
주머니에 돈이 좀 생긴 후 부터는 백양산으로 가 백양사로 이어진 길 가운데 있는
벤치 하나를 찜해두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었다.
(내장산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비만 있으면 되지만, 백양산으로 가려면 고속버스비가 있어야한다. ㅋ)
특히 가을볕이 쨍하고 대기가 낙엽냄새로 어지러울 땐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봄, 그 곳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면 더 없이 행복했었지.
97년 봄의 백양사는 내 인생의 아주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으니까...
나무그늘이 우거져 해가 닿지 못하고 습습하게 이끼낀 길을 걸으면
서늘한 땀, 거칠어지는 호흡, 가벼운 갈증.
어느 순간 귀가 먹먹해지며 내 숨소리만 들리는 그 순간에
온다. 그가.
에에에에엥
쨔악;
긴 장마에 서울선 보기 힘들었던 모기를
내장산에서 온몸으로 반겨주심.
ㅆ.....
두시간 가량의 등산로로 올라가려 했으나 초입에서 공원관리자 아저씨를 만나
'얼마전의 큰 비로 도로가 많이 유실되었고 쓰러진 나무의 잔해가 많아 그 신발로 걷기는 절대 무리다.
고생하지 말고 편한 길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백련암쪽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래서 올라가는 길은 괜찮다'고 하신다.
진로 급변경.
이리 멋진 연못도 있으심.
님 짱이심.
날이 매우 덥고 습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제법 우거진 숲은 서늘했지만, 역시 몸 움직이는 데에는 장사가 없다.
빛이 깊이 미치지 않아 습도가 높으니, 땀도 양이 많다.
쪼로록 흐르는 소리마저 들릴 판.
산에서 내려와 정읍 시내로 들어선다.
거리는 변한게 없으나, 가게는 많이 변했더라.
하릴없이 희선양과 팔짱을 끼고,
웃고, 웃고, 웃다가 거리를 구를듯 주저앉아 끄윽끄윽대며 웃던 그 길을 짚어 걸었다.
여기는 누구와 자주 밥을 먹던 곳, 여기는 시험이 끝나면 쫄면을 먹으러 드나들던 분식집...
그리고 그 궤도도 끝에, '개미사'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이번이 두번째다.
약 4,5년 전 졸업후 처음으로 그 곳에 갔을 땐 여사장님은 안계셨다.
멀리서 눈으로 가게를 만지작거리다 돌아섰다.
이번에는 혹시, 하며 빼꼼 고개를 들이미니 여사장님이 계신다.
10여 년만이다.
서점에 음악잡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신보 리스트를 보고 종이에 적어가 달려가면
개미사 여사장님은 싱긋 웃으며 받아서 주문을 해주셨다.
좋은 앨범이 나오면 먼저 권해주기도 하셨고, 크리스마스 등에는 앨범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특히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한 앨범을 자주 선물로 주셨고, 그 이후에는 콘템퍼러리나 모던재즈쪽 앨범을 주셔서
음악성향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개미사에서 나와 그러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D에게 하며
시장으로 간다.
꺄아
좋아하는 시장구경 시장구경!
당초 울외장아찌를 살 목적으로 찾아갔지만, 막상 울외를 마주하니 이놈을 들고갈 자신이 없어졌다.
새우젓 한통과 향이 진동을 하는 생강 한 무더기를 샀다.
어릴적 자전거 타고 장 보러 다니던 시장.
규모가 꽤 크다.
길거리 와글와글한 분위기가 좀 더 좋긴 하지만
외면받는 재래시장의 정비사업 일환으로 뚜껑을 다 닫아놨다.
위생상으로는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난 왠지 모자나 우산도 쓰는 게 싫을 정도로
머리 위가 닫혀있는게 별로란 말이지...
시장을 둘러보고, 어릴적 살던 집 근처 등을 둘러보고 터미널로 가서 서울행 버스를 끊는다.
별 돈 안들이고 고생도 별로 안한 그저 그런 휴가였지만,
그야말로 푹 잘 쉬고 잘 놀고, 늘 그립던 곳도 들를 수 있었던 나름 '알찬'휴가였던 듯.
하아 이상 휴가 일지 끝.
이번 주부터 비로소 후임이 들어왔지만 일주일 새 인수인계와 업무지시는 불가능.
이 무슨 개같은 선견지명인지 휴가를 8월 말로 잡은 덕에 아슬아슬하게 밀리진 않았지만
토요일 인수인계가 마음에 걸려 결국 휴가 첫 날 출근.ㅠㅠ
토요일 하루를 건지기 위해 휴가를 미뤄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다음 가능 날짜는 9월 말...워메...휴가쓰고 단풍놀이 가긋네 ;ㅂ;
애매한 날짜와 막판까지 망설인 덕에 일정도 못잡았다.
그래서 그냥 책 싸들고 진안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토마토를 엄청 먹는 것과, 낚시가서 메기잡아서 매운탕 해먹고 오기!
그리고 가져간 책은 다 읽고 오기!
'안희정과 이광재'
'조복성 곤충기'
'뇌를 훔친 소설가'
하루에 한권은 읽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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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1일차.
사무실 일 마치고 바로 금산행 버스 탑승.
도착 직후 아버지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중국집에서 짬뽕에 소주 각 일병.
중국집 뒷편에서는 돼지를 잡고 계셨다.
갓 잡은 돼지고기 한덩이를 떠억;
집으로 귀가 후
노각 무침에 소주 일잔, 고순김치에 소주 일잔, 흑돼지+고개미 젓갈에 소주 일병...등 등 등..;
간신히 버틴 정신으로 동물의 숲에 접속해서 숲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접종.
정신도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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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2일차.
아침 6시 기상;;;;;
'살려주세요' 시전 후 7시까지 취침허용;
9시쯤 간신히 눈에 성냥개비 꽂고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감.
아버지께서 낚시대와 지렁이가 담긴 흙무데기, 딸내미를 강가에 투척하신 후 사라지심.
-_-;;;;;
지렁이를 꽂고 살랑거리다가 지렁이 사라지면 또 꽂고 또 살랑살랑하며
강물에 인신공양 아니 지신공양;
오후 한시쯤이었던가, 검은 비닐봉투를 낚기 시작하더니 결국 낚시바늘을 잡아먹힘...아놔;;;ㅆ...
쏘가리가 환장하는 루어라고 했는데.....
잠시 루어박스를 바라보다가 귀찮.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나꼼수'청취.
아버지께 전화하니 다시 데릴러 오심.
귀가하여 점심 먹고 그네에 앉아 잠시 책을 읽으...려는데 어머니 급 대청소 시작;
어..엄마;
거기서부터 심상찮음을 느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휴가는 엄마의 휴가로 승화해버렸다.
온 집안 청소, 이불빨래, 버섯장 나무 세우기, 커튼 갈아끼우기, 장독대 정리 등등에 영혼을 불사르고
책을 끌어안고 잠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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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3일차.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눈 뜨자마자 엄마는 날 또 끌고 운동(이라 부르는 동네 한바퀴 돌기)을 나간다.
돌아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책을 들고 마당의 그네로 가 앉아서 몇줄 읽으려던 찰나
또 어머니의 호출...
이제 뭘 했는지도 일일히 기억하거나 쓰기 힘들다.
그냥 뭔가 집안일을 했것지.
뭘 따거나 뭘 빨거나 뭘 치우거나 ...
아. 청소했구나. 온 집안 청소. 그리고 일광소독해둔 베개 속통을 베갯잇과 짝맞춤...
일 잘한다고 칭찬하시던 어머니가 상으로 훈제등갈비를 사주시겠다며 차를 몰고 무주로 출발.
무주 마이산에 가서 훈제 등갈비를 먹었다.
돌아와서는 아마도 잠시 책을 읽었던 듯.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탓인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열시쯤 잠이 들었다.
게다가 휴가내내 해가 좋고 더워서 하루에 세번씩 샤워를 해야할 정도였다.
물 먹은 솜처럼 늘어져있던 여름에 벌써 익숙해졌던지, 볕은 날 금새 지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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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4일차.
오전에 겨울이불들을 빨아서 빨랫줄에 걸어 널었다.
엄마 혼자 했을거라 생각했더니 게으름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일이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 몇가지를 새로 담궈주시겠다며 재료를 따오라신다 -_-;
일단 깻잎밭으로 가서 깻잎을 딴다. 깻잎김치만 있으면 밥은 세그릇도 먹으니.
휴가 내내 집안일을 도와서인지
아직 먼 생일을 들먹이시며 옷을 사주시겠다고 전주로 가자 하신다.
마침 진안에 장이 섰단다. 전주 가는 길에 들러보자신다.
진안에 들러 김장에 쓸 배추를 심기 위해 배추 모종을 샀다.
시골의 장에는 아직까지 국내산 먹을거리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중국산 마늘이 저만큼에 만 원이다'라고 했더니, 국산 깐마늘 한망을 사주신다.
국산인데도 7천 원이다. 사고싶은 건 잔뜩이지만 들고갈 것을 생각하면 모두 쓸어담긴 어렵다.
특히 게장을 담글 작은 방게들이 탐이 나 입맛을 다셨지만, 가져가는 건 무리.
이제 생각해보니 시골의 작은 장터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네...
전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자주 가는 비빔밥집으로 가자셨지만, 전라북도에 오면 꼭 찾아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영양솥밥'
서울도 뒤지면 없진 않겠지만, 정읍에서 먹었던 영양솥밥이 그리웠었다.
마침 바로 근처에 영양솥밥집이 있어서 들어가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옷을 사러 갔다.
엄마와 옷을 사러 가면, 나는 그냥 졸졸 따라다니다가 골라주신 옷만 입어보고 벗으면 된다.
두 벌의 원피스를 놓고 고민하시던 엄마는 점원의 부추김에 두 벌 모두 사주신다.
로동의 댓가가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구나!!!!!!
(그러나 그 옷들은 평상시 맨정신으로 입기엔 너무.......>_<;)
돌아오는 길에 친구분들과 아버지와 합류.
아버지 친구분들이 자꾸 술을 따라주셔서 앉아서 다섯잔을 원샷;;;;;
집으로 들어와 고구마줄기와 아침에 따 놓은 깻잎으로 김치를 담그고
도착한 날 잡았던 돼지 내장을 삶아주셔서
소주를 마시며 엄마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휴가 동안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서 과음했다.
부모님은 먼저 주무셨지만, 바람이 서늘하고 별이 좋아서 혼자 한병을 더 마시고 잤다.
밤새 도롱거리는 방울벌레 소리에 잠을 설쳤다.
거슬려서가 아니라, 조금 더 듣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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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예상외로 길어져 나눠써야겠다.
5,6일차 일지는 곧.
참 빨랐지 그 양반/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녁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 시집 『정말』(창비시선,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