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만둔 후 한달째 혼자 강행군.
이번 주부터 비로소 후임이 들어왔지만 일주일 새 인수인계와 업무지시는 불가능.
이 무슨 개같은 선견지명인지 휴가를 8월 말로 잡은 덕에 아슬아슬하게 밀리진 않았지만
토요일 인수인계가 마음에 걸려 결국 휴가 첫 날 출근.ㅠㅠ
토요일 하루를 건지기 위해 휴가를 미뤄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다음 가능 날짜는 9월 말...워메...휴가쓰고 단풍놀이 가긋네 ;ㅂ;
애매한 날짜와 막판까지 망설인 덕에 일정도 못잡았다.
그래서 그냥 책 싸들고 진안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토마토를 엄청 먹는 것과, 낚시가서 메기잡아서 매운탕 해먹고 오기!
그리고 가져간 책은 다 읽고 오기!
'안희정과 이광재'
'조복성 곤충기'
'뇌를 훔친 소설가'
하루에 한권은 읽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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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1일차.
사무실 일 마치고 바로 금산행 버스 탑승.
도착 직후 아버지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중국집에서 짬뽕에 소주 각 일병.
중국집 뒷편에서는 돼지를 잡고 계셨다.
갓 잡은 돼지고기 한덩이를 떠억;
집으로 귀가 후
노각 무침에 소주 일잔, 고순김치에 소주 일잔, 흑돼지+고개미 젓갈에 소주 일병...등 등 등..;
간신히 버틴 정신으로 동물의 숲에 접속해서 숲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접종.
정신도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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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2일차.
아침 6시 기상;;;;;
'살려주세요' 시전 후 7시까지 취침허용;
정신 차리기를 시전하였으나 모두 미스 뜸.
9시쯤 간신히 눈에 성냥개비 꽂고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감.
아버지께서 낚시대와 지렁이가 담긴 흙무데기, 딸내미를 강가에 투척하신 후 사라지심.
-_-;;;;;
지렁이를 꽂고 살랑거리다가 지렁이 사라지면 또 꽂고 또 살랑살랑하며
강물에 인신공양 아니 지신공양;
오후 한시쯤이었던가, 검은 비닐봉투를 낚기 시작하더니 결국 낚시바늘을 잡아먹힘...아놔;;;ㅆ...
쏘가리가 환장하는 루어라고 했는데.....
잠시 루어박스를 바라보다가 귀찮.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나꼼수'청취.
아버지께 전화하니 다시 데릴러 오심.
귀가하여 점심 먹고 그네에 앉아 잠시 책을 읽으...려는데 어머니 급 대청소 시작;
어..엄마;
거기서부터 심상찮음을 느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휴가는 엄마의 휴가로 승화해버렸다.
온 집안 청소, 이불빨래, 버섯장 나무 세우기, 커튼 갈아끼우기, 장독대 정리 등등에 영혼을 불사르고
책을 끌어안고 잠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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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3일차.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눈 뜨자마자 엄마는 날 또 끌고 운동(이라 부르는 동네 한바퀴 돌기)을 나간다.
개구리야 안녕, 잠자리야 안녕, 여치야 안녕, 방아깨비야 안녕, 뱀아 안..!!!!!!!!헉!
돌아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책을 들고 마당의 그네로 가 앉아서 몇줄 읽으려던 찰나
또 어머니의 호출...
이제 뭘 했는지도 일일히 기억하거나 쓰기 힘들다.
그냥 뭔가 집안일을 했것지.
뭘 따거나 뭘 빨거나 뭘 치우거나 ...
아. 청소했구나. 온 집안 청소. 그리고 일광소독해둔 베개 속통을 베갯잇과 짝맞춤...
일 잘한다고 칭찬하시던 어머니가 상으로 훈제등갈비를 사주시겠다며 차를 몰고 무주로 출발.
무주 마이산에 가서 훈제 등갈비를 먹었다.
돌아와서는 아마도 잠시 책을 읽었던 듯.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탓인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열시쯤 잠이 들었다.
게다가 휴가내내 해가 좋고 더워서 하루에 세번씩 샤워를 해야할 정도였다.
물 먹은 솜처럼 늘어져있던 여름에 벌써 익숙해졌던지, 볕은 날 금새 지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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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4일차.
오전에 겨울이불들을 빨아서 빨랫줄에 걸어 널었다.
엄마 혼자 했을거라 생각했더니 게으름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일이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 몇가지를 새로 담궈주시겠다며 재료를 따오라신다 -_-;
일단 깻잎밭으로 가서 깻잎을 딴다. 깻잎김치만 있으면 밥은 세그릇도 먹으니.
휴가 내내 집안일을 도와서인지
아직 먼 생일을 들먹이시며 옷을 사주시겠다고 전주로 가자 하신다.
마침 진안에 장이 섰단다. 전주 가는 길에 들러보자신다.
진안에 들러 김장에 쓸 배추를 심기 위해 배추 모종을 샀다.
시골의 장에는 아직까지 국내산 먹을거리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중국산 마늘이 저만큼에 만 원이다'라고 했더니, 국산 깐마늘 한망을 사주신다.
국산인데도 7천 원이다. 사고싶은 건 잔뜩이지만 들고갈 것을 생각하면 모두 쓸어담긴 어렵다.
특히 게장을 담글 작은 방게들이 탐이 나 입맛을 다셨지만, 가져가는 건 무리.
이제 생각해보니 시골의 작은 장터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네...
전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자주 가는 비빔밥집으로 가자셨지만, 전라북도에 오면 꼭 찾아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영양솥밥'
서울도 뒤지면 없진 않겠지만, 정읍에서 먹었던 영양솥밥이 그리웠었다.
마침 바로 근처에 영양솥밥집이 있어서 들어가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옷을 사러 갔다.
엄마와 옷을 사러 가면, 나는 그냥 졸졸 따라다니다가 골라주신 옷만 입어보고 벗으면 된다.
두 벌의 원피스를 놓고 고민하시던 엄마는 점원의 부추김에 두 벌 모두 사주신다.
로동의 댓가가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구나!!!!!!
(그러나 그 옷들은 평상시 맨정신으로 입기엔 너무.......>_<;)
돌아오는 길에 친구분들과 아버지와 합류.
아버지 친구분들이 자꾸 술을 따라주셔서 앉아서 다섯잔을 원샷;;;;;
집으로 들어와 고구마줄기와 아침에 따 놓은 깻잎으로 김치를 담그고
도착한 날 잡았던 돼지 내장을 삶아주셔서
소주를 마시며 엄마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휴가 동안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서 과음했다.
부모님은 먼저 주무셨지만, 바람이 서늘하고 별이 좋아서 혼자 한병을 더 마시고 잤다.
밤새 도롱거리는 방울벌레 소리에 잠을 설쳤다.
거슬려서가 아니라, 조금 더 듣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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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예상외로 길어져 나눠써야겠다.
5,6일차 일지는 곧.
이번 주부터 비로소 후임이 들어왔지만 일주일 새 인수인계와 업무지시는 불가능.
이 무슨 개같은 선견지명인지 휴가를 8월 말로 잡은 덕에 아슬아슬하게 밀리진 않았지만
토요일 인수인계가 마음에 걸려 결국 휴가 첫 날 출근.ㅠㅠ
토요일 하루를 건지기 위해 휴가를 미뤄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다음 가능 날짜는 9월 말...워메...휴가쓰고 단풍놀이 가긋네 ;ㅂ;
애매한 날짜와 막판까지 망설인 덕에 일정도 못잡았다.
그래서 그냥 책 싸들고 진안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토마토를 엄청 먹는 것과, 낚시가서 메기잡아서 매운탕 해먹고 오기!
그리고 가져간 책은 다 읽고 오기!
'안희정과 이광재'
'조복성 곤충기'
'뇌를 훔친 소설가'
하루에 한권은 읽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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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1일차.
사무실 일 마치고 바로 금산행 버스 탑승.
도착 직후 아버지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중국집에서 짬뽕에 소주 각 일병.
중국집 뒷편에서는 돼지를 잡고 계셨다.
갓 잡은 돼지고기 한덩이를 떠억;
집으로 귀가 후
노각 무침에 소주 일잔, 고순김치에 소주 일잔, 흑돼지+고개미 젓갈에 소주 일병...등 등 등..;
간신히 버틴 정신으로 동물의 숲에 접속해서 숲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접종.
정신도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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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2일차.
아침 6시 기상;;;;;
'살려주세요' 시전 후 7시까지 취침허용;
현관문을 나서면 모두가 초록초록;
9시쯤 간신히 눈에 성냥개비 꽂고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감.
아버지께서 낚시대와 지렁이가 담긴 흙무데기, 딸내미를 강가에 투척하신 후 사라지심.
-_-;;;;;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이 사진을 찍으려고 손을 부들부들부들부들
몸도 뒤로 기울이고 있느라 하마트면 바늘이 입에 걸릴 뻔했다;
지렁이를 꽂고 살랑거리다가 지렁이 사라지면 또 꽂고 또 살랑살랑하며
강물에 인신공양 아니 지신공양;
오후 한시쯤이었던가, 검은 비닐봉투를 낚기 시작하더니 결국 낚시바늘을 잡아먹힘...아놔;;;ㅆ...
쏘가리가 환장하는 루어라고 했는데.....
잠시 루어박스를 바라보다가 귀찮.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나꼼수'청취.
아버지께 전화하니 다시 데릴러 오심.
귀가하여 점심 먹고 그네에 앉아 잠시 책을 읽으...려는데 어머니 급 대청소 시작;
어..엄마;
거기서부터 심상찮음을 느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휴가는 엄마의 휴가로 승화해버렸다.
온 집안 청소, 이불빨래, 버섯장 나무 세우기, 커튼 갈아끼우기, 장독대 정리 등등에 영혼을 불사르고
책을 끌어안고 잠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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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3일차.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눈 뜨자마자 엄마는 날 또 끌고 운동(이라 부르는 동네 한바퀴 돌기)을 나간다.
집 베란다를 타고 올라온 풍선초.
풍선초 씨앗에는 하트가 박혀있어요
돌아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책을 들고 마당의 그네로 가 앉아서 몇줄 읽으려던 찰나
또 어머니의 호출...
마당 잔디밭. 샌들을 신고 걸으면 부드러운 잔디가 발바닥을 간질인다.
아침에 가면 이슬때문에 축축;
아... 우리 아버지의 스케일을 잘 보여주는 무식한 튼튼한 그네.
공원 벤치 같은걸 쇠사슬로 용접해 붙이셨다;;;;
그러나 안정감이 있어서 위에서 별 짓을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렇게 앉아서 책을 읽는다는 '설정샷'
그러나 채 몇장 보지도 못하고 불려간다;
덩그러니..미안 책; 고상한 독서질은 이번 휴가는 힘들 것 같다!
이제 뭘 했는지도 일일히 기억하거나 쓰기 힘들다.
그냥 뭔가 집안일을 했것지.
뭘 따거나 뭘 빨거나 뭘 치우거나 ...
아. 청소했구나. 온 집안 청소. 그리고 일광소독해둔 베개 속통을 베갯잇과 짝맞춤...
일 잘한다고 칭찬하시던 어머니가 상으로 훈제등갈비를 사주시겠다며 차를 몰고 무주로 출발.
무주 마이산에 가서 훈제 등갈비를 먹었다.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는 전부 순식간에 지나간다. 흑. 귀 쫑긋하니 숨은 말 같네.
그래도 마이산 등갈비는 마이쪄!
돌아와서는 아마도 잠시 책을 읽었던 듯.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탓인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열시쯤 잠이 들었다.
게다가 휴가내내 해가 좋고 더워서 하루에 세번씩 샤워를 해야할 정도였다.
물 먹은 솜처럼 늘어져있던 여름에 벌써 익숙해졌던지, 볕은 날 금새 지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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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4일차.
오전에 겨울이불들을 빨아서 빨랫줄에 걸어 널었다.
엄마 혼자 했을거라 생각했더니 게으름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불을 널기 전에 널려있던 수건들을 걷었다.
바삭바삭한 햇빛의 냄새가 난다. 이런 수건을 쓰면 우울증도 불면증도 사라질 것 같아.
내일이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 몇가지를 새로 담궈주시겠다며 재료를 따오라신다 -_-;
일단 깻잎밭으로 가서 깻잎을 딴다. 깻잎김치만 있으면 밥은 세그릇도 먹으니.
손 봐라; 으헝
그래도 이만큼 땄다. 랄라라
휴가 내내 집안일을 도와서인지
아직 먼 생일을 들먹이시며 옷을 사주시겠다고 전주로 가자 하신다.
마침 진안에 장이 섰단다. 전주 가는 길에 들러보자신다.
진안에 들러 김장에 쓸 배추를 심기 위해 배추 모종을 샀다.
시골의 장에는 아직까지 국내산 먹을거리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중국산 마늘이 저만큼에 만 원이다'라고 했더니, 국산 깐마늘 한망을 사주신다.
국산인데도 7천 원이다. 사고싶은 건 잔뜩이지만 들고갈 것을 생각하면 모두 쓸어담긴 어렵다.
특히 게장을 담글 작은 방게들이 탐이 나 입맛을 다셨지만, 가져가는 건 무리.
이제 생각해보니 시골의 작은 장터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네...
전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자주 가는 비빔밥집으로 가자셨지만, 전라북도에 오면 꼭 찾아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영양솥밥'
서울도 뒤지면 없진 않겠지만, 정읍에서 먹었던 영양솥밥이 그리웠었다.
마침 바로 근처에 영양솥밥집이 있어서 들어가 먹었다.
내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했더니 겉절이와 오이무침 등은 모두 갓 만들어 내온 것이었다.
특히 두텁게 썰어서 무친 오이무침은 마이쪙! 마이쪙!
좀 이상;한 건 왼쪽 아래 대추 두 알을 골라내버려서;;;;;;
사진을 찍으려다 아차 싶었지만, 사진 찍겠다고 도로 박자니 것도 촘......
식사를 마치고 옷을 사러 갔다.
엄마와 옷을 사러 가면, 나는 그냥 졸졸 따라다니다가 골라주신 옷만 입어보고 벗으면 된다.
두 벌의 원피스를 놓고 고민하시던 엄마는 점원의 부추김에 두 벌 모두 사주신다.
로동의 댓가가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구나!!!!!!
(그러나 그 옷들은 평상시 맨정신으로 입기엔 너무.......>_<;)
운이 아주 좋았다. 휴가 내내 맑고 청명해서 어딜 가나 좋은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분들과 아버지와 합류.
아버지 친구분들이 자꾸 술을 따라주셔서 앉아서 다섯잔을 원샷;;;;;
집으로 들어와 고구마줄기와 아침에 따 놓은 깻잎으로 김치를 담그고
도착한 날 잡았던 돼지 내장을 삶아주셔서
소주를 마시며 엄마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휴가 동안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서 과음했다.
부모님은 먼저 주무셨지만, 바람이 서늘하고 별이 좋아서 혼자 한병을 더 마시고 잤다.
밤새 도롱거리는 방울벌레 소리에 잠을 설쳤다.
거슬려서가 아니라, 조금 더 듣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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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예상외로 길어져 나눠써야겠다.
5,6일차 일지는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