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는 참으로 용감했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울고 웃었지.
누구보다 많은 술을 마시리라 어설픈 객기에 길에서 잠드는 날도 많았지.
세상은 야멸찼지만, 무서울 건 없었고.
기대어 쉴 어깨는 없었지만,
술마실 돈만 있으면, 술사줄 친구만 있으면 누구의 어깨도 필요없었어.
나보다는, 당신들의 눈에서 눈물 흘리는 것을 더 못참았었고.
친구가 슬퍼하는 날이면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잔디밭을 구르며 노랠 불렀지.
더러는 내가 울기도 했고.
그날도 여지없이 우리는 또 잔디밭 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어.
스무살의 나는 꼭 광대같았어.
하지만 위태롭진 않았던 것 같아.
사랑을 믿진 않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나를 믿지 못했지만, 내 마음을 뺏어간 사람도 있었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하나만 빌어보고 싶어.
내 스무살의 치열했던 그 무수한 밤들 중에
꼭 하루.
나를 찾아가보고 싶다고.
술마시며 당신들과 함께 노래부르던 그 밤을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