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을 보다가 미친년 처럼 울고 웃었다.
웬만해선 드라마는 잘 안본다.
꼬고 꼬이는 스토리가 짜증스러워 얼굴이 시뻘개질 지경이고
허구헌날 악다구니만 써대는 사운드도 머리가 아파서.
가끔 TVN이 괜찮은 것들을 뽑아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시청도 관성이라 잘 안봐지더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맥주 한캔 마시며 틀어놓은 티비에서 그게 하길래.
서현진이 보고 싶어서, 예지원이 보고 싶어서. 보다가
서현진이 그러더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내 일기장 한 켠에 있던 글.
그 사람을 잃고, 태양을 잃고, 하늘을 잃고, 우주를 잃어 텅빈 껍데기로 살던 나날의 끼적임.
어린 날의 실망, 실연, 실심.
그리고 이내 사랑의 기억들이 어지러이 찾아온다.
싫다. 싫다. 싫다.
기억의 물살을 휘저으며 또렷한 상이 맺히지 않도록 머리를 젓는다.
촛점 나간 기억속 그림자에도 습관처럼 눈물이 맺혀, 하루종일 울었다.
어차피 남편도 없는, 결혼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