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dIArY2013. 8. 19. 16:43
애가 발로 뻥뻥 차야 실감이 나려나.

있는둥 없는둥 하는 입덧은,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고. 
어제는 몰려오는 피로에 맨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세시간을 잤다.
일어났는데 몸이 쑤셔서 30분은 꼼짝도 못한 듯.....
잠에서 깨놓고는 손하나 까딱 못하고 꼼지락거리며 저린 팔다리를 푸느라 고생..

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옷을 입으면 아직 잘 모르겠다.
난감해. 난감해.
철판을 깔고 노약자석에 앉지만, 정말 가시방석.
배라도 확실히 나와줘야지. 한시간 서서 갈 체력은 도저히 안된단 말이야.

노약자석을 맴돌며 출근하길 두달째.
관찰 결과.
사실 가장 이용빈도가 높은 연령대는 40대인듯.
40대 아주머니 40대 아저씨들은 앉자마자 눈을 딱 감고 잔다.
과연 40대가 노약자석을 이용할 나이인가..생각하다가,
뭐, 남들도 내 배 한 번 얼굴  한 번 보는 거이, '아니 저년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가끔 들리거든.
나름의 사정들이 있겠지하며 신경 끄는데.

왜 대체 할머니들은 내 앞에 와서 자리를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리시는거야..ㅠ
하필 그날따라 아기는 자궁속에서 땅따먹기 하는지 배가 쑤시고 온몸에 피가 쭉 빠지는 느낌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내가 다리아퍼 죽을것 같으니 자리좀 비키라'고 하신다.
둘러보니 눈뜬 건 나뿐이구나..... 그래도 진짜 힘든데... 하는 찰나
앞에 계신 할머니 한분이 이리 오시라며 자리를 양보하신다.

식은땀은 두배가 된다.
얼굴도 벌개지는 기분이다.
양보하지 못한 이기심이 부끄럽다가도, 얼른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당신! 그래 당신. 눈 감고 자는 척하지만 안자는 거 다 아는 아저씨! 당신도 있는데 정당한 이용자격이 있는 내가 왜 대신 부끄러워해야하나!' 

뭐, 공허하지. 알지. 그런다고 내 수치심이 어디로 이사가는 것도 아니고.
정당화를 위해 바둥거리는 폼이 더 비참하다는 것도 머리로는 다 알지만
그래도 서서 가다가 지하철바닥에 드러눕는 것보다 쪽 한번 파는 편이 건강에 조금 더 이로울 거라고.

출근길 마다 퇴근길 마다.
쥐구멍에 숨은 쥐마냥 쪼그라들어 왕복 3시간을 달린다.

가끔 아침을 걸러 입덧이 악화되는 날에는,
얼굴만 보고 '아가씨 이리 와서 앉으라. 몸이 많이 안좋아보인다'며 양보해주시는 아저씨들도 있다.
가끔은 킬힐을 신고 노약자석에 앉아서 회분칠을 하는 젊은 아가씨도 있다.
관심도 없던 노약자석에 앉아 다니다보니, 안보이던 것들이 많이 보이는구나.
 
Posted by 아 해